1. :( 26 2009.07.31

:(

이것저것 2009. 7. 31. 21:36


요즘 계속,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사진을 찍어야 좋을지 몰라서 짜증에 짜증이 난다. 아니, 사실은 요즘의 이야기가 아니라 고1때부터 쭈욱 해왔던 고민이긴 하지만, 이렇게 특히 더 마음이 복잡해 질 때가 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고민이긴 하지만, 가장 날 괴롭히는 건 아직 나만의 스타일을 정하지 못했다는 거. 언제나 같은 주제나 색감을 담아낼 수 있는 분들이 너무나 멋있다. 사진만 보아도, 이 사진은 그 분이 찍은 사진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 만드는 분들이 부럽다. 좋아하는 작가들을 직접 만나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다. 아, 역시 같은 한국분은 왠지 더 부끄럽다. 그럼 카와우치 링코나 이와타 슌스케라면 좋아. 이런 사소하고 유치한 거 말고도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야. 고등학생때 이런 의미 없는 고민으로 보충수업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에, 친구가 상담을 해주었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스타일이란게 있으면 점점 틀에 갇히게 되어서, 네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진을 찍는 것도 힘이 들지 않을까, 라는 내용의 간단하고도 타당하고도 현명한 답변. 그래, 머리로는 충분히 납득되고 있지만, 근데 왠지 가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일단 멋있잖아,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 그러고 보니까 고등학생때 사진 인화해서 친구들한테 팔았던 기억이 난다. 아니, 뭐야, 그냥 주면 될 걸 그걸 왜 팔았을까. 인정머리 없는 아이였구나, 난. 아냐, 사진이 이쁘다고 몇 장 달라고 하길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인화해서 줬는데, 얼마정도 줘야해? 이정도면 될까? 하면서 내미던 그것. 그걸, 어유, 감사합니다, 고객님, 하고서 받아버린 게 문제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꽉 막힌 아이였네. 고3 봄에는, 수험공부 생각은 않고, 벚꽃 찍는다고 아예 카메라를 사물함에 넣고 다녔던 것도 생각난다. 어느 날의 점심시간에 친구들이랑 학교 옆 공원에서 벚꽃 보면서 김밥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아름다운 곳에 있는데도 카메라는 집에 있다는 게 너무 분해서, 그래서 그 이후로 학교에 계속 놓고 다녔던 것 같다. 어쨌든, 그래서 한창 꽃도 찍고 친구도 찍고 이것저것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 날은 사물함을 열었더니, 쌓인 문제집에 밀려서 카메라가 투욱 떨어졌던, 빌어먹을 일도 생각이 난다.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부품 구하기도 힘들고, 완전 수동이 아니라 고치기도 힘들고, 워낙 싸구려라서 고치는 값이 사는 값보다 더 나올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 나의 귀여웠던 니콘이엠. 화가 나서 버렸다. 그러니까 역시 중형을 사는 게 좋지 않을까, 라는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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